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김헌동 사장이 ‘영등포 쪽방촌’(영등포 공공주택지구)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열악한 주거환경에 거주하는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신속한 사업 추진을 주문한다’는 언론 보도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사업은 공공주도의 첫 쪽방촌 정비사업인 ‘서울영등포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은 오랫동안 개발되지 않고 방치돼 주거환경이 열악한 ‘영등포 쪽방촌’ 일대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사진: 영등포 쪽방촌의 사업지)

SH공사가 시행하는 ‘서울영등포 공공주택지구 S-1블록’은 부지면적 3,627㎡의 일반상업지역으로, 용적률 최대 800%를 적용해 공동주택 273세대, 업무시설 및 근린상업시설 등이 들어서는 47층 규모 주상복합건축물이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의 말이다.

“설계안(案)을 더 보완해 역사가 깃든 영등포역 주변 최고로 품격있는 건축물을 공급할 것입니다. 사업을 신속히 추진해 쪽방촌 주민들이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새 보금자리로 조속히 옮길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서울시민에게 영등포역세권의 ‘고품질 백년주택’을 공급할 것입니다.”

무더위를 날려버리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쪽방’이란 무엇인가?

(책의 표지)

“방(房)을 여러 개의 작은 크기로 나누어서 한두 사람이 들어갈 크기로 만들어 놓은 방. 보통 3제곱미터 전후의 작은 방으로 보증금 없이 월세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혜미 저자의 책 <착취도시, 서울>에서 내린 ‘쪽방’의 정의다. 그러면서 저자는 ‘쪽방’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파한다.

<’최후의 전선’ 쪽방 앞에서 최저 주거 기준은 무력하다. 집이 아닌 비(非)주택으로 분류되는 쪽방은 법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제대로 된 정의 조차 없다. ‘쪽방’ 이리라는 분류는 국가 통계 등에서 찾아보기 힘들고,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정의하는 식이다.>라고.

저자는 2019년 한국일보에 연재된 ‘지옥고 아래 쪽방’, ‘대학가 新쪽방촌’의 보도에 대한 뒷이야기를 <착취도시, 서울>이라는 강한 제목의 책을 냈다. 지옥고는 지하방ㆍ옥탑방ㆍ고시원을 말한다. 그 아래 등급이 쪽방인 셈이다.

저자가 들여다 본 쪽방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P(62)씨가 살고 있는 쪽방의분위기다

(쪽방촌 골목길의 모습)

<그의 방 안에서는 냄새가 났다. 쿰쿰한 곰팡이 냄새나, 불결함에 일순 미간이 찌푸려지는 시큼한 땀 냄새 같은 건 아니었다. 오랫동안 세탁하지 않은 싸구려 솜 점퍼에서 나는 텁텁한 냄새. 비오는 날 지하천 1호선의 패브릭 의자에서 풍기는 냄새. 쪽방 주민들의 자활을 돕는 인근 쪽방상담소에서 ‘석고 방향제’를 만들어와 집 안에 대롤 대롱 달아 두었지만, 숨길 수 없는 홀애비 냄새. 지긋지긋한 가난의 냄새. 도시 빈민의 냄새 그리고 외로움의 냄새.>

필자의 생각으로는 여러 냄새 중에서 ‘외로움의 냄새’가 가장 심할 듯싶다. 필자가 쪽방촌을 돌아보는 동안 누군가가 벽에 그린 고양이도 귀여웠다.

(쪽방촌 골목길의 벽에 그려진 고양이)

영등포 쪽방촌, 빈곤 비즈니스 놀라워

“7년 전 30대의 젊은 나이로 3년 동안 노숙생활을 했던 L(43)씨는 노숙인 센터를 거쳐 영등포 쪽방촌에 정착했다”고 한다.

“000번지가 가장 악랄해요. 이 집은 주인이 같이 사는데, 그 사람이 실제 소유주인지 관리인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예전엔 그 건물에 장애인이 3명 정도 살았거든 요…기초생활수급비를 받는 사람들이었는데, 매달 20일인가, 장애인들의 통장을 빼앗아 뒀다가 수급 날만 되면 ‘돈 찾으러 가자’며 은행에 데리고 가서 그 돈을 싹 빼요. 그러고선 ‘이건 방세’ ‘이건 공과금’ ‘이건 밥값’ 이러면서 한 10만원쯤 돌려줘요. 그런 사람이 영등포 쪽방촌에 제가 아는 것만 해도 두 명이에요. 자세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서울시 318채 쪽방 건물 실소유주 다수가 실재로는 부유층이며, 다른 곳에 살면서 관리인을 두고 월세만 챙긴다는 한국일보 보도에 대해 설명할 때는, 주민 다수가 말끝마다 추임새를 넣었다. “쪽방 사람들은 저거 다 아는 이야기야.” 실소유주의 면면을 살피고는 “돈이 되니 알을 박는다” 며 혀를 찾다.>

기자가 책에서 내린 결론이다.

“집은 개인이 삶과 사회생활을 계속해 나갈 수 있게 하는 미토콘드리아이며, 발전소이고, 동시에 생명을 돋우는 알(卵)이다.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집이 반지하든, 고시원이든, 도시형 생활주택이든,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이든 주택 그 자체가 갖고 있는 물정은 큰 차이가 없다.>

지극히 맞는 말이다.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이 마음에 들면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다.

아무튼, 영등포 쪽방촌에서 일어날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날을 기다리면서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