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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부른 층간소음

2013년 02월 15일 (금) 11:41:13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추위가 다소 누그러지는 것 같다. 봄이 오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마음은 성급하게 봄을 향해 줄달음친다. 계절의 변화는 그래서 항상 싱그럽다. 하지만, 세상인심은 계절의 변화와 관계없이 날로 포악해진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다툼 끝에 분노를 넘어 살인까지 저지르는 극한 상황이 벌어졌다. 세네가(Seneca)는 <인생론>에서 분노를 광기라고 했다.

"분노를 짧은 광기라고 말한 식자도 있다. 광기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여, 체면도 모르고, 가족도 생각하지 않고, 착수한 것에 옹고집을 부리며, 이성에도 조언에도 귀를 막고, 하찮은 이유로 격한 나머지 정의도 진리도 분별하지 못하고, 깨진 기와 조각 무너지듯이 와그르르 흩어지고 만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어 다니다가 경찰에 잡힌 범인은 "다툼이 격해져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칼을 휘둘렀다"고 했다. 아무리, 격해졌다고 해도 칼을 휘두르는 것은 분명 제 정신이 아니다. 그는 순간의 분노를 삭이지 못해 상대방의 고귀한 생명을 잃게 한 것은 물론, 자신의 인생도 깨진 기와 조각 무너지듯이 와그르르 흩어지고 말았다.

층간 소음은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문제이다. 아이들이 뜀박질하는 소리, 화장실에서 물 내리는 소리, 심지어 한밤중에 고성방가를 하는 소리, 애완견들의 성깔 부리는 소리....전 방위적으로 들려오는 층간소음은 건축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아직까지 완벽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소음문제가 논쟁의 중심에 들어 있다.

"사람들이 싸우는 이유는 소음 때문이에요. 요즘 사람들은 소리가 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틀어놓고 살아요."

"그곳에서 개 짖는 소리는 뉴욕에 울리는 사이렌 소리 같아요. 특히 개 한 마리가 짖기 시작하면 다른 개들도 전부 따라 짖는답니다."

미국의 '조지 프로흐니크(George Prochnik)'가 쓴 <침묵의 추구>에 들어 있는 미국인들의 소음에 대한 사례이다. 그러면서 '조지 프로흐니크(George Prochnik)'는 "소음이 괴롭다고 불평을 늘어놓거나 울음을 터트리거나 혼자 찡찡거리지만 말고 풍성한 소음에 파묻히라"고 조언 한다.

"파이프를 타고 물이 졸졸 내려가는 소리, 아련히 지지거리는 형광등 소리, 고양이가 소파에서 살포시 내려앉는 소리, 집 밖 나뭇가지에서 다람쥐들이 토닥거리는 소리 같은 것 말이다. 나는 이처럼 유별나게 튀지 않으면서 귀 기울일 수 있는 풍성한 소음에 파묻히기를 좋아한다."

살인 사건이 벌어지자 국토부도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공동주택 표준규약준칙에 층간소음 예방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삽입해 앞으로의 건축물 시공에 적극 반영토록 한다"는 것이다.

층간소음을 법으로 규제해서 기술적 측면에서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웃과의 대화와 배려다. 한 밤중에 수면 방해를 하는 자기중심의 생활 방식을 바꾸고, 소음에 대한 문제를 대화를 통해서 풀어가자는 것이다.

"소음에도 사회의 사랑을 받는 요소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이 어쩌면 진리일 듯싶다.